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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Review -

다섯 번째 흉추 기괴하고 실험적인 본성의 생명체, 독특한 영화

by miilmo

출처 다음

1. 다섯 번째 흉추 줄거리

 

"당신의 증오가 나를 꽃피웠다." 헤어진 연인의 매트리스에 피어 사랑과 슬픔을 먹고 자란 곰팡이 꽃 인간 척추뼈를 탐하며 생명체가 된다... 낯설고 아름다운 이방인 <다섯 번째 흉추>

 

2. Review

 

무한한 아이디어의 작품

 

균사체와 상상력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씨앗은 작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며, 공간이 아무리 작아도 뿌리를 내릴 수 있다면 언제나 생명을 들어 올릴 수 있다. 작은 포자들이 모여 복잡한 소우주를 형성하는 등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먼 요소들이 모여들 때 인간의 상상력은 어디든 뻗어 나갈 수 있을 만큼 거대해진다.

 

상상력과 곰팡이가 결국 자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면 무엇보다 빠르고 큰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8월 2일 개봉한 박세영 감독의 신작 <다섯 번째 흉추>(2023)의 무한한 아이디어는 이 영화의 소재인 곰팡이처럼 무한히 증식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영화 <다섯 번째 흉추>는 부부의 불화 끝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한 침대 매트리스가 서울의 여러 공간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점차 사람의 뼈를 집어삼키며 괴생명체로 성장하는 생물체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기존의 창작물이 거대한 서사를 바탕으로 두려움에 집중했다면, <다섯 번째 흉추>는 매트리스에서 번식을 시작한 곰팡이에 대한 작지만 독특한 발상을 바탕으로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전개한다. 로그선을 읽어봐도 지금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다섯 번째 흉추를 둘러싼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살펴보자.

 

새로운 크리쳐, 비주얼의 탄생

 

박세영 감독은 2019년 단편 '캐시백'으로 미장센 단편영화상을 수상한 이후 '갓스피드'(2020), '베르티고'(2021) 등 다양한 단편영화를 연출하며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장르영화 외에도 실험영화, 패션영화, 뮤직비디오, 사진 등 다양한 예술문화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전고운 <소공녀>(2018) 감독과 함께 2021년 루이뷔통 X방탄 패션 필름(LVMenFW21)을 연출했다. 장르를 불문하고 독특한 색감과 화려한 기법으로 파격적인 비주얼을 갖춘 박세영 감독의 연출 기법은 <다섯 번째 흉추>에서도 보인다.

 

존 카펜터, 일본 핑크필름, B급 호러와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매트리스 속 곰팡이가 사람의 뼈를 가져가고 CGI가 아닌 미술감독과 함께 DIY 형태로 몸을 형성하는 모습은 신비로운 생명체의 탄생을 현미경으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곰팡이가 점차 독자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하면서 인간과 생성자의 관계 역시 예의주시해야 할 지점이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목소리로 시작하여 알아들을 수 없는 외침을 통해 희미하게 들리는 인간 언어로 진화하는 곰팡이 언어는 어느 순간 인간과 짧은 시간 동안 상호 작용할 수도 있다.

 

분노와 욕망으로 살아가는 기존 크리처의 문법과 달리 제5흉추의 곰팡이는 인간의 사랑과 애증, 걱정과 죽음 등 다양한 감정을 마주한다. 단순한 공포와 기이함의 대상을 넘어 <다섯 번째 흉추>가 엮은 크리에이터는 인간에게 울림을 주는 슬픔과 무형의 감정을 살포시 터치한다.

 

기이한 방식의 로드무비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방식으로 탄생한 크리처에 모든 관심이 쏠릴 수도 있지만, '다섯 번째 흉추는은 어찌 보면 강북구에서 연천군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로드무비로 해석할 수 있다. 곰팡이 필링 매트릭스는 '결'(문혜인 분)과 '윤'(함석영 분) 두 연인의 공동방에서 시작하지만, 이내 모텔방, 임종기 환자의 호스피스, 연인의 밤거리, 스타렉스 차량을 거쳐 연천군 주상절리에 도착한다.

 

박세영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일련의 로드무비는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서울 중심부에서 살기 시작하는 월세에 점점 서울 밖으로 밀려나는 경험은 인간이 되고 싶었지만 '인간이 되지' 못한 제5의 흉추 속 곰팡이의 여정에 묻힌다.

 

박세영 감독에게 있어 인물이나 사물의 움직임은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 중 하나이다. 그의 단편 데뷔작인 캐시백은 중고거래를 위해 밤에 도시를 가로지르는 미세한 물체와 함께 움직인다. 2020년에 발표된 단편 <갓스피드>는 검은 개 조직의 하수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서로 다른 물건을 운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사랑(사이) 깍두기(2020)> 역시 수많은 예술가들 사이에서 헤엄치는 '배달부'의 존재를 담고 있다. 박세영 감독에게 사람이나 사물은 도시와 주변을 계속 헤엄치며 끊임없이 움직이고 넘나 든다.

 

<다섯 번째 흉추>의 곰팡이가 직면한 다양한 인간군은 로드무비의 문법을 통해 주변부로 밀려나면서도 가능하다. 여정 속에서 곰팡이는 환자가 죽기 직전에 말을 걸거나, 사랑을 나누거나 다툼을 이어가는 연인들의 삶을 조용히 목격하는 듯하다.

 

독특한 캐스팅 비하인드, 실험적인 사운드트랙

 

<다섯 번째 흉추>의 로드무비는 연인, 배달원, 환자 등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며 펼쳐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독립영화계의 기대주 문혜인이다. 2016년부터 크고 작은 단편영화에 다수 출연한 문혜인은 <에듀케이션>(2019),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 <소피의 세계>(2021)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벌써부터 두터운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다섯 번째 흉추'에서 '결' 역을 맡아 연인과의 다툼 끝에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곰팡이의 탄생과 번식, 죽음에 기여하는 가장 결정적인 존재는 '결'이다. '윤' 역으로 출연한 배우 함석영은 박세영 감독과 오랜 기간 음악감독으로 호흡을 맞춰왔다.

 

건축학을 전공하고 인디밴드 오가닉맥주의 보컬과 기타로 활동했던 배우 함석영이 이번에는 음악감독이 아닌 배우로 캐스팅됐다. 재즈 베이시스트 정수민도 이번에 '준' 역을 맡아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다. 준의 연인 율 역을 맡은 배우 온정연도 새로운 얼굴이다. 박세영 감독의 신작 '핀스'에도 참여한다.

 

크리처 무비를 포함한 공포영화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단연 사운드트랙이다. 공포와 미스터리를 배가시키는 음악은 지알로 무비의 거장 마리오 바바나 영국 컬트 무비의 대명사 켄 러셀의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로 사용된다. 배우 함석영도 현악기와 플루트를 이용한 트랙을 제작하며 영화에 합류했다.

 

이 작품에서 한민희 음악감독은 영화의 전반적인 사운드트랙을 담당했다. 배우 문혜인의 단편영화 <트랜싯>(2022)에 참여하기도 했던 한민희 감독은 영화음악뿐만 아니라 크루뮤직과 댄스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박세영 감독이 연출한 대로 거칠고 단선적인 음악 제작에 주력했다. 동시에 거칠지만 디테일한 사운드트랙은 매트릭스 속에 살고 있는 곰팡이의 심연을 대변하는 언어로 기능한다.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실험적이고 묘한 감정들은 한민희 감독의 디테일한 손길로 완성됐다.

 

3. 총평

 

영화 <다섯 번째 흉추>의 마지막 부분에서 죽음을 앞둔 여자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받아 기괴한 목소리로 읽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버섯과 함께 꽃을 피운 곰팡이가 홀로 남겨질 딸을 향한 엄마의 아름답고 진심 어린 사랑으로 인해 자연에 이로운 생명력이 강한 생명체로 꽃을 피웠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전형에서 탈피한 감각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자극해 눈길을 끕니다. 또한 이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을 기억하고 놓아준 시간을 받아들이면 모든 이별이 슬픈 것은 아니라는 진실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는 작품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개인적인 별점: ★★★★

짧은 한줄평: 기괴하고 실험적인 영화에 신선함이 뇌리에 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