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본문 바로가기
- Movie Review -

너의 순간 소나기처럼 내린 풋풋한 사랑이야기, 로맨스 영화

by miilmo

출처 다음

1. 너의 순간 줄거리

 

자유로운 생활방식을 지녔지만 어릴 적 어머니를 잃은 아픔을 아버지 탓으로 돌리며 살아가는 사진작가 정후는 어머니와의 추억이 하나밖에 없어 늘 추억이 담긴 사진을 그리워한다. 어느 비 오는 날 우연히 정후의 캠핑카에 뛰어든 영은 자신의 캠핑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후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조용히 짐작하며 여름을 함께 보낸다.

 

정후를 통해 사진의 매력을 알게 된 영은 사진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정후의 아버지를 찾아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정후는 분노로 가득 찬다. 아버지를 절대 용서할 수 없었던 정후. 이후 정후와 영의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진다.

 

2. Review

 

로맨스보다 성장 스토리

 

멜로, 로맨스 장르로 열려 있지만 영화를 보면 둘의 사랑 이야기보다는 각각의 성장과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정후>를 연기한 우지현은 나에게 낯선 배우였다. 어릴 적 어머니가 돌아가신 트라우마 때문인지 아버지와 소원해져서 결혼보다는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진작가였다.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끌고 다니는 착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부터 영화까지 전방위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옥자연이 '영' 역을 맡아 가라앉는 영화의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사실 그녀의 과거 역시 '정후'에 비하면 결코 뒤지지 않을 아픔으로 가득 차 있지만, 자신의 삶을 이어갈 활력을 찾기 위해 무척 힘들어하는 것 같다. 우연히 여행지에서 정후를 만나게 되었는데, 자신의 직업인 사진작가의 세계가 궁금했고, 카메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매력에 매료될 정도로 카메라를 사랑한다.

 

자연의 생동감

 

영화 <너의 순간>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바다의 희미한 색감, 파도 소리, 갈매기 소리, 숲 속 새 울음소리, 싱그러운 아침의 향기였다. 길을 걷다가도 삶이 고단하다는 말로 겨우 그 순간을 헤쳐나갈 수 있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푸른 하늘을 동경하기도 하고, 때로는 달의 밝음과 별이 떨어지는 경이로움에 울컥하기도 한다. 이렇게 소소한 일상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 괜히 충전하는 것 같았다.

 

영화로 돌아가 보면 두 사람이 굉장히 독특했던 것 같아요. 바다를 바라보는 '영'의 뒷모습에서 어떤 감정에 홀린 듯 카메라 셔터를 누른 '정후'. 그런데 딸깍거리는 셔터 소리 때문이었을지 모르지만, '영'은 몰래카메라에 자신을 담으며 삭제를 요청하는 '정후'에게 큰 불만을 품고 있었어요. 그리고 둘의 관계가 형성되고 썸인지 연애인지 모를 때 누군가에게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고, 정후는 자신을 만류하며 카메라 피사체가 되기를 거부합니다.

 

향수에 젖은 밤이 찾아오면 기억이나 인쇄된 사진 속 그 사람의 존재 자체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르겠다. 사실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때 삭제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제 남은 것은 사진뿐이다. 우리는 가끔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사진 속의 기억이 강렬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나 역시 각각의 공간과 스타일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빈 공간들이 하나둘씩 커지기 시작하고, 사진의 결과를 보는 시각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감정의 찬란한 출렁임

 

영화를 보면 어느 순간 관객이 느껴진다. 빈 공간이 커져서 해피엔딩이 어려울 수도 있고 이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그 작은 감정들이 때로는 흔들리며 감각을 두드린다. 사실 '영'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드러났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일본어로 된 그들의 내레이션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궁금했다.

 

다만 그녀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드러나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런 점에서 '영'이 정후와 아버지를 괜히 이어주는 수단에 불과했다는 점이 아쉽다. 아버지와의 일그러진 관계, 그리고 아직도 또렷하게 바라볼 수 없는 어머니의 하루. 영화 <너의 순간>의 결말이 나를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이런 성장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더 풀지 못한 아버지의 마음, 혹은 풀지 못한 채 혼자 견뎌야 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진다. 정후가 그렇게 한 걸음 더 나아갈 것 같다. 아직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이 기다립니다.

 

3. 총평

 

담담하고 차분하게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여름 영화시장에서 개봉한 한국독립영화입니다. 그런 멋진 이야기와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지는 영화로 인간관계와 내면의 공감이 자연스럽게 느껴져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독립영화로 좋은 결과 얻길 바라며 극장에서 꼭 볼 것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인 별점: ★★★★

짧은 한줄평: 남녀 관계속 증폭되는 삶의 성장